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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체 설계용역 수행금지 조항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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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드맵 댓글 0건 조회 853회 작성일 21-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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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2009.2.6. 개정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 현행도시정비법 제103조 내용과 동일) 제70조는 정비업체는 동일한 정비사업에 대해 ‘정비사업의 설계’ 업무를 병행하여 수행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모 조합의 기존 조합장이 정비업체와 과도한 금액의 정비업체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아 이에 대한 방어방법을 강구하던 중 정비업체 용역계약에 △구역지정 건축계획 △구역지정 토목설계·지질조사 △구역지정 기술(ENG)용역 △구역지정 교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업무가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위 구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업체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에 관한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계약의 무효를 근거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했는데, 핵심쟁점은 ①위 구도시정비법 조항이 강행규정이라서 이를 위반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②정비업체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설계를 하게 하는 경우도 강행규정 위반에 해당되는지, ③구 도시정비법상 ‘설계’에 위와 같은 용역범위가 포함되는지였다.

세가지 쟁점 모두 인정받아야 과도한 금액으로 체결된 용역계약상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법원은 재판 도중 ①쟁점에 대한 대법원 판례 등이 없다는 이유로 강행규정으로 인정할 사유가 없다는 심증을 내비쳐 더욱 어려운 소송이었다.

수차례 변론 끝에 법원은 ①쟁점에 대해 “구 도시정비법의 취지는,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비업체가 직접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설계, 시공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과다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고, 조합임원과 정비업체의 유착을 통한 특혜나 비리 등의 폐단을 방지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재개발사업의 추진으로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강행규정성을 인정했다.

쉽게 말해 조합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는 정비업체의 특성상 다른 용역계약의 당사자가 된다면 공정한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②쟁점에 대해 “그와 같은 입법 취지 및 정비업체의 대표자나 직원은 형법상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엄격한 청렴성이 요구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정비업체로 하여금 동일한 사업에 대해 설계 등의 업무를 병행할 수 없도록 한 구 도시정비법 제70조의 규정은 정비업체가 직접 설계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비업체가 계약당사자가 되어 제3자로 하여금 설계를 하도록 계약체결을 대행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강행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강행규정의 취지가 위와 같은 이상 당연히 제3자에게 하청을 주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③쟁점에 대해 피고는 구 도시정비법이 병행 수행을 금지하는 ‘설계’는 건축사의 업무인 건축허가설계 또는 그에 다른 사업승인 설계나 실시설계만을 의미하고 지구단위계획설계, 도시계획설계, 토목설계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 도시정비법이 설계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는 점, 구 도시정비법 제 69조의 규정 내용과 강행규정의 취지가 설계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구 도시정비법이 병행 수행을 금지하는 ‘설계’에는 건축허가설계 또는 그에 다른 사업승인 설계나 실시설계 뿐만 아니라 지구단위계획설계, 도시계획설계, 토목설계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면서, 필자의 신청에 의해 피고(정비업체)가 제출한 위 설계용역 수행을 위한 제3자와의 용역계약의 내용과 금액을 보니 더더욱 위 정비업체와의 설계 계약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강한 의심이 들었다. 다만, 계약 체결 절차는 입찰 절차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터라 소송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 무효 판단을 받은 것이다.

요즘도 조합이 협력업체와 과도한 용역비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에 대한 소송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입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이를 다투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 소송의 승소 판단은 그나마 잘못된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였다.

향후 조합은 정비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할 때 절대 ’설계‘ 부분을 계약내용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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